그들은 정말 '분서 자랑' 을 했을까? 취미(만화,소설,영화,게임)

도서 밸리에서 화제가 되는 분서 이야기를 보다가 좀 이상한 말이 있어서 포스팅.

분서를 하면 안된다는 분들이 쓴 글 중에 '책 불태우고 그걸 자랑하듯이 인터넷에 올리는 ...' 이라는 말이 요즘 나오던데

난 지금까지 분서 관련글 보면서

[나 책 태웠음. 나 잘했져? 난 지식인이라 이런 저급한거 태워도 됨. 모르는 니들은 그저 굽신거려봐!]

따위의 글을 본적이 없다.

[개인적 분서 행위]를 나쁘게 생각치 않는 다른 분들의 포스팅들도 마찬가지

반대하는 분들은 '넷에 올리는 행위 = 자랑' 이라고 생각하시는 모양인데

분서라는 것 자체가 작가와 출판사에 대한 격한 항의 시위이며 그것은 감추는게 아니라 드러나야 효과가 있는 것인데도

어째서 그걸 드러내는게 자랑하는 행위이며 천박한 것이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게다가 '분서= 천박한 행위' 라고 하면서 '어째서' 그런지는 설명이 별로 없다. 파시즘이니 뭐니 말을 꺼내지만...


분서를 반대하는 분들의 많은 이야기를 들어봤는데

난 이러저러해서 분서는 하면 안된다는 말은 자주 들었지만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자세히 설명해준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설명은 커녕 일방적으로 주장해놓고 '늬들은 몰상식한 잡것들' 이라는 수준으로 분서 행위를 한 사람들을 '저열하다'고 깎아내리는 글 밖에 본 적이 없다.

책을 태우는 행위를 저열하다고 비난하면서 자신들이 타인의 인격을 깎아내리는 것은 어째서 괜찮다고 생각하는지 알 수가 없다.
(먼저 싸움을 걸었다느니 하는데, 분서 행위 관련글의 시작은 '작가를 향한' 분노 표출이었지 결코 분서 반대론자들을 향한 것이 아니었다. 먼저 화를 내면서 인신공격한 쪽이 누구인가 생각해 보라. / 여기서부터는 거의 '분서' 자체가 아니라 '인격 모독' 관련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일단 내가 생각하는 저 몇가지 추려낸 주장에 반대되는 생각을 적어 보도록 하겠다.


1. 책을 태우는건 몰상식한 행위. 작가에 대한 예의가 없다.


단순히 [작가가 열심히 쓴 작품인데 태우다니!] 같은 말은 [중국인 노동자가 열심히 만든 상품이다. 품질 조악하다고 까다니. 사악한 넘들] 같은 것과 같은 말이다. 차라리

[책은 단순한 공산품이 아니다!] 라고 주장하는 것이 나아보인다.
(실제로, 요즘엔 이런 주장이 자주 보인다. 예의만으로 분서를 반대하기는 좀 부족하긴 하다.)

책은 단순한 공산품이 아닌건 맞다.

종이 뭉치가 아니라 그 내용에는 작가의 사상이 담겨있으니, 마구 소비되는 공책 같은 공산품들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하지만 여기서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이 있는데

[책을 불태운 사람들이 과연 책을 공산품 취급해서 그러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물론 분서 옹호론자들은 책은 공산품과 다를바 없으니 품질이 맘에 안들면 태워도 좋다~ 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다.
불과 몇일 전의 나도 그랬고.

그런데 요즘 생각해보자면, [단순 공산품이면 조악하다하여 그렇게 불태울 것도 없다] 는 생각이 든다.

난 [화가나서 불 태울 정도로] 분노시키는 물건이라면 그 물건에 대한 기대치가 굉장히 높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불태운 사람들도 최소한 [책이라면 어느정도 수준이 있겠지] 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건 책의 내용이 좋다면 작가에게 찬사를 보냈을 거라는 의미다. 결코 책을 단순 공산품 마냥 쓰고 버리는 소모품으로 생각했다는게 아니다.

그런데 그 기대치가 배신당한다면...?

거기서부터는 행위의 과격함을 논할 문제지 분서 자체가 좋은가 나쁜가의 영역인 것 같지는 않다.



2. 책을 태우고 넷에 올리는건 몰상식한 행위. 그 책을 재밌게 읽은 사람들이 받을 상처를 생각해봐라.


넷에 올리는 행위= 몰상식한 의 도식이 성립하는건 다른 독자들의 마음을 생각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하는 것 같다.

그런데 난 '내가 재미없게 읽어서 비평' 하는데 어째서 '다른 독자'를 생각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분서는 항의 행위이니, 비슷한 항의 행위였던 촛불집회를 비교해보자.

촛불집회는 현 정부의 정책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모르는 사람들에게 알리고, 그것을 개선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는 항의 시위다.
특히 미국산 소고기 반대 이야기가 많았는데

'난 미국산 소고기가 좋은데 저렇게 반대하니 상처받았다'

는 사람이 나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내가 작가를 향해서 하는 분서에 제 삼자가 끼어들어서 '나 상처받았으니 그거 그만해!' 라고 하는게 이상하지 않나?

그리고 남이 상처받을 수도 있으니 넌 입 다물어라! 라고 하는건 그들이 비난하는 분서 행위를 한 사람과 별반 차이가 없다.
(분서 반대론자의 다른 주장 중에 있는 것은 책을 자기 기준으로 멋대로 평가한다- 자기밖에 모르는 녀석- 뭐 그런 것도 있다. 근데 내가 상처받으니 그만둬! 라는것과 그게 무슨 차이가 있나?)


3. 책은 지식의 정수. 그런걸 태우는건 있을 수 없다.


이런 이야기 하는 분들이 자주 꺼내는 말씀이 '진시황의 분서갱유' 같은 것인데

[개인의 분서]와 역사적 사건이나 최근 어떠한 집단에의한 분서(해리포터를 태우는 기독교단체라던가)는 분명히 그 목적과 파급효과가 다르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개인의 분서는 독자가 작가에게 향하는 좀 과격한 항의 행위일 뿐이다.
(작가는 상처받겠지만, 제삼자인 다른 독자들이 화 낼 이유가 있을까?)

하지만 분서갱유나 '집단에 의한 분서'는 태우는 책에 담긴 사상이나 정보가 책을 태운 사람(혹은 집단)의 이익에 반하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기 때문에 특정 사상이나 정보를 말살해버리는 행위이며, 여기엔 책 내용 자체에 대한 평가는 들어있지않다.

책은 지식의 정수... 안타깝지만 지식이나 사상과는 관계없이 오로지 재미만을 위한 상업적 책도 많으며
이번에 논란이 되는 책들은 대부분 그런 목적이 큰 책들이다.

(특정 사상 서적이나 정보 서적이라면 이야기가 좀 다르지만)



4. 책은 한두번 읽어서 그 수준을 가늠할 수 없다. 몇번 읽고선 쓰레기라고 태우는건 몰상식한 행위.

확실히 책은 한두번 읽어서는 그 수준을 가늠하기 힘든 것이긴 하다.

하지만 이번 분서 사건 이야기에 다뤄지는 작품들은 좀 특별하다.

장르문학을 비판하거나 얕잡아볼 생각은 없지만 이번 분서의 대상이 된 세권(정의소녀환상 / 로스트 콘텍트 / 칸나기)는 수십번 읽어야 속뜻이 우러나오는 철학서나 전문 서적 같은게 아니라

궁극적으론 재미를 추구하는 엔터테인먼트 서적이라는것이다.

따라서 일단 '읽었을 때 재미를 줘야하는' 책이며, 만약 읽고 나서 재미가 없다면 독자는 그 점에 대해서는 충분히 비평할 권리가 있다.

칸나기의 경우는 '책을 끝까지 읽지도 않고'(책을 훼손한 사람이 이야기하는 작품 내용은...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일을 저지른 것으로 이건 말할 것도 없이 바보짓이긴 하지만

정의소녀환상이나 로스트 콘텍트의 경우는 (상세하던 그렇지 않던) 비평이 분서인증과 함께 첨부되어 있다.

정의소녀환상 건은 비평에서 작품의 단점을 자세하기 다루지 않아서 논란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하지만 이 작품이 이런저런 문제가 많다는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불태워도 되느냐~ 는 독자 개개인의 기준에 따라 다르며, 그것을 내 잣대에 맞지 않는다 하여 저급하다느니 몰상식하다고 비난할 생각은 없다.)

로스트 콘텍트는 매우 상세한 비평을 곁들여 '어째서 이 책을 읽고 분노했나'를 설명해주고 있다.
책을 설렁설렁 읽고 충동적으로 저지른 일이 아님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것을 두고 경솔하게, 충동적으로, 설렁설렁 읽어서 그랬다고 비난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칸나기나 정소환 사건은 그럴 만도 하다;;)




5. 책을 태우는게 아니라, 그저 자랑하고 싶어서, 책을 쓴 작가나 출판사를 깔보고 싶은 것 뿐이겠지.


난 넷에 올리는 행위 = 자랑 이라는 공식이 대체 어째서 성립된 것인지 이해 할 수 없다.

요즘 다루는 분서 사건을 뽑자면

정의 소녀 환상
로스트 콘텍트
칸나기(물건너 이야기임)

정도인데

난 이걸 인증한 사람들이 '나 책 태웠음. 잘했져? 나님은 위대해서 이래도 됨.' 같은 뉘앙스의 글은 본 적이 없다.
(칸나기 건은 작품을 끝까지 읽지도 않고 그런거니까 욕먹어도 싸지만, 다른 경우는?)

사진을 넷에 올리는게 이미 그러한 의도가 있는게 아니냐~ 는 말도 있는데

분서는 공개적으로 해야 효과가 있는 행위다.

분서는 독자가 작가와 출판사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자극적이고 과격한 시위행위이며, 이것은 숨어서 하는게 아니라 공개적으로 하는 것이 맞다.

공개처형 이야기 하는 분도 계시는데, 맞다. 이건 공개처형이고, 그렇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근데 그게 왜 자랑하는 거냐고 이야기하나? 이건 단순히 '그들은 자신의 우월감을 위해서만 움직인다' 라고 얕잡아보고 싶어서 그런거 아닌가?

작가와 출판사를 깔보고 싶어서- 라는 말도 들리는데, 책의 내용에 대한 항의 시위가 어째서 작가와 출판사를 깔보는 것인이 모르겠다.

촛불집회에 나가면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을 깔보려고 나가는 것인가?

촛불집회는 정책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모르는 사람들에겐 알리고, 그 개선을 촉구하기 위한 것 아닌가? 분서도 마찬가지다.

난 일부 분서 옹호론자들의 리플 몇몇개에 그런 뉘앙스가 풍긴다 하여 이야기의 주가 되어야 할 분서를 한 사람들이 정말 그런 생각으로 일을 저질렀다고 이야기 하는 것은 옮지 않다고 생각한다.



6. 책을 태우는 것이 사회적 파장이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가? 진시황 분서갱유나 히틀러 금서라던가 하는 것 처럼.


4번에서도 설명했지만

[개인 독자의 분서] 와 역사 속의 분서, 집단에 의한 분서는 그 목적이 다르다.
그 차이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7. 책 미리 읽어보고 사면 그럴 일도 없지않나?


이번 분서된 책만 두고 이야기 하자면

1. 정소환과 칸나기는 서점 등에서 미리보기가 안된다. 랩핑되어 있으니까. 그리고 칸나기는 최신 연재분에서 열폭한것이니 '미리 읽어서' 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2. 로스트 콘텍트는 요즘 리뷰가 되는 신간. 신간이라 구입했을 수도 있고, 리뷰에 당첨되어서 얻은 책일 수도 있고, 작가나 출판사의 다른 작품들을 보고 '믿고' 구입했을 수도 있다. 즉, 미리 읽어볼 기회나 생각을 못했을 수도 있다.

... 그런데 이게 분서랑 무슨 관계가 있는건지 모르겠다.
미리 읽어봤으면 태울 일도 없다... 미리 어디서 읽나?

대형서점에서 죽돌이치고 책 읽는건 서점에 민폐고, 대여점은 작가에게 미안하지도 않나? 작가에 대해 예절 운운하는 사람들이, 작가 이외의 사람들에겐 예절을 따지지 않는 것인가?




개인적으론 태우고 싶을 정도로 내용이 실망스러워도 태우진 않는 편이다.
중고로 되팔아서 자금 회수하고 다른 책 사지.

아무튼 이제는 [분서] 는 항의 시위이며 그것을 반대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문제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엔

분서는 과격하지만 결국 책 내용에 대한 비평이기 때문에, 그에 반대하기 위해서는 역시 책 내용에 대한 비평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분서를 한 사람이 이러저러해서 내용이 나쁘다고 하는데, 사실 좋은 점도 많다. 그리고 이런저런 점들이 그러한 단점을 보완한다. 그렇게 태울 정도로 화 낼 필요는 없을 거라 생각한다.

이런 식으로?

(...좀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책 태우는건 몰상식하다고 하면서 그것을 저열한 짓이라고 '자기 기준으로' 평가해서 욕하는 것은 '몰상식한 분서' 와 수준이 같다고 생각하지 않나? 분서가 개같은 행위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분서 반대하는 분들은 개같은 행위라고 생각할 테니, 이런 비유를 들어보겠다.

[상대가 개 같아도 난 사람답게 굴어야지]

그런데 분서 반대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어떤 짓을 했는가 되돌아 볼 일이다.)

사실 분서를 할 정도로 화가 난 사람에게 어떤 논리를 보여줘도 "아, 그래도 태울 것 까진 없었던 것 같다." 는 말이 나올 것 같지는 않지만...;;



PS. 난 정말 왜 저러나 이해를 못해서 그런거니까, 어지간하면 설명을 해주면 좋겠다.
그래, 너님은 그런 상식도 이해못하는 넘이지여. 라고 걍 싸지르고 가지 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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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오스발 2008/11/18 19:47 # 답글

    신앙입니다. 존중해주시죠?

    ㄲㄲ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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