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울링 - 그래서 무슨 이야기가 하고싶었던 걸까? 취미(서브컬쳐)

유하 감독의 신작 '하울링' 보고 왔습니다.
보기는 어제 보았습니다만, 이후 회사 회식 때문에 술을 진탕 마시는 바람에;; 이제 미뤄둔 포스팅을 하네요;;
지금도 입 안에서 데낄라의 싸구려 알콜냄새가 풀풀 나고 있습니다만...



저는 '하울링' 에 대해서 어떤 사전정보도 없이 보았습니다.
극장에 도착해서 포스터만 보고서 생각하기로는 지난번 서울에서 실제 일어났던 멧돼지 사건처럼

갑자기 나타난 야생 늑대들이 사람을 습격하고, 그 늑대를 추적하는 사람들 이야기

~라고 생각했는데, 뚜껑 열어보니 전혀 다르네요.
이게 보기 좋게 기대를 배신하고 재밌으면 모르겠는데, 제가 보기엔 영 재미가 없었다는게 문제.





형사라는 국가 공권력 내부에도 존재하는 비겁한 문화, 사회에 만연한 추악한 범죄들을 죽 보여주는건 좋다고해도 그걸 갈무리하는게 영 이상했습니다.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교통과로 밀렸다가 다시 형사과로 올라온 여형사와 경력은 길지만 승진을 하지 못하는 형사 두 사람이 삐걱거리면서 사건에 빠져들어가는 정도에서 사건 자체만 다루었어도 되지 않나 싶은데, 궂이 형사들끼리의 실적경쟁과 음습한 내부 문화까지 다루면서 이야기가 영 불편했습니다.

특히 선배와 죽자살자 싸워놓고 마지막에는 '바둑이나 한판 두자' 라는 말에 '그러죠' 하고 훈훈하게 웃는다거나 =_=;;
신참 여형사에게 X년 소리 해놓고 나중에 그냥저냥 넘어간다거나;;

그 외에도 송강호가 맡은 형사의 가정사도 기껏 이야기를 꺼내놓고 전혀 봉합이 안되었습니다.
메인스트림이 아니기는 한데, 그럴거면 왜 두세번에 걸쳐서 가정사를 다뤘어야했는가;; 싶어요.

초반에 피씨방에 있는 아들을 끌어내서 두들겨 패는 장면 정도로도 '형사라는 직업이 저렇구나' 하는걸 알 수 있는데, 나중에 술에 떡이 되서 집에 갔을 때 한번 더 가정에 문제가 있다는걸 비춰주고, 중간에 대사로도 '형사가 뭐가 좋냐. 마누라 도망가고 말야.' 라고 대놓고 내놓고, 수사중에 정보를 얻기 위해서 '딸애 학원비란 말이야!' 라면서 돈을 쥐어주고, 잠복근무 중에 딸이 '오빠도 집 나가서 무섭단 말이야' 라는 문자를 보내고...

근데 영화 끝날 때 까지 이 가정사는 전혀 해결이 안돼요.
마지막에는 반장으로 승진하니까 좀 널널해질 수도 있긴 하겠지만;; 이정도로 넘어갈 거라면 궂이 가정사를 저렇게 반복적으로 보여준 이유를 모르겠어요.

형사 일이 고달프다는건 이미 이나영이 맡은 여형사만으로 충분한데.
이나영과 송강호가 똑같이 고충이 있고, 서로 그 상황을 알게 되면서 좋은 파트너가 되어간다는걸 보여주고 싶었나본데;;
정작 송강호가 맡은 형사의 가정사가 그모양이라는걸 보여주는 장면에서 이나영이 그 내용을 알게 되는 경우는 생각보다 적어요;;



그건 그렇고 메인 스트림도 굉장히 이상해요.
늑대가 아니라 늑대와 개의 교배종인 늑대개가 사람을 물어뜯어 죽인다는 내용일텐데, 영화 시작의 첫 사건은 방화살인이예요;;
이건 나중에 사건이 꽤 꼬여있다는걸 보여주는 부분인데... 하지만 정작 첫 사건에서 시체에서 발견된 '늑대에 물린 자국' 은 설명이 거의 없어요. 불타 죽기 전에 늑대개에게 습격당했다는 묘사가... 없어요...;;

상처 자국이 있으니까 물려봤겠지... 하는 수준인데, 이 늑대개의 습격은 '사람이 의도한 것' 이고 사건 흐름의 하나라서 보여주는게 낫지 않나;; 아니면 이빨자국을 넣지 말거나 말이죠.

늑대가 사건을 일으킨다는걸 극중 형사들에게 알리려고 했던 것 같은데... 나중에 회수가 제대로 안된 설정.

후반부에는 사건을 일으키는 사람과 흑막을 대놓고 보여주는 것도 김이 팍 새버렸어요.
살인 늑대개가 앞으로 한사람 더 죽일거다! 라는 사실을 알고, 개를 추적하기로 했다면 - 그냥 개를 추격하다가 '헉 저사람이?!' 하고 놀라게 만드는 연출을 할 줄 알았는데 - 그냥 대놓고 흑막을 보여줘요;;

이런 식으로 이 작품은 어떤 상황이 벌어지거나 정보가 있으면 그걸 너무 대놓고 보여줍니다.
부족하다 싶으면 대사로 모든 이야기를 다 해버려요.
심지어 쓸데없이 나레이션 같은거 까지 집어 넣어서, 화면만 보아도 이해할 부분을 대사로 다 말해버리고 맙니다.
아는 이야기 또하는 것 같아서 어떤 장면에서는 짜증이 날 정도.
게다가 이 작품에서 다루는 사건들은 이제는 지긋지긋한 각종 사회문제들이예요.

불법 투기, 도박, 청소년 성매매, 경찰 비리 등등등.
그걸 이렇게 정직하게 설명 다 하면서 보여주니까 이런 부분들도 지겨울 정도예요.
교과서적인 권선징악 구도에 연출까지 친절하게 다 설명해버리는 구성이니 ...;;

사회문제를 다룬건 좋은데, 이거저거 너무 광범위하게 건드려서 영화 끝난 다음에 대체 무슨 이야기가 하고 싶었던걸까 싶었던 것도 ...;;



묘하게 송강호는 이번 영화에서는 예전에 했던 성격의 형사를 그대로 가져와서 연기하는 것 같아서, 보던거 또보는 것 같은 묘한 느낌을 자아내기도... 아 그래도 진자 목소리에서 포스가 장난 아녜요.

이나영은 많이 나아졌지만 '강한 여형사' 를 억지로 연기하고 있는 것 같아서 좀 안타까웠습니다.
생각외로 긴급 상황에 악다구 쓰는건 나쁘지 않았는데, 조용한 연기 할 때가 좀;; 특히 마지막 나레이션은 국어책 읽기라서 엔딩에서 확 깼습니다.



딱히 나쁜 영화는 아닌데, 그렇다고 재밌지는 않았습니다.
솔직히 송강호 아니었으면 보다가 그냥 나왔을 것 같아요;;
늑대개 연쇄살인사건이라는 소재가 쓸데없을 정도로 정직한 연출+지겨운 사회문제 소재와 합쳐져서 밋밋해진 느낌입니다.

...그래도 공짜로 본거니까 다행이네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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